리셉션, 어버젼에 관하여(이분법적인 해석의 한계)
리셉션(reception)에 대한 얘기가 자꾸 들려오는 걸 보니, 리셉션 개념이 뜨거운 감자이긴 한가 봅니다. 비단 리셉션뿐만 아니라 어떤 개념이든 글로 설명하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개념이 이런 거다 설명해 봤자, 차트 리딩에 적용할 만한 뭔가를 전달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논리를 펼치는 데 그치고 말 듯하여 설명 대신에 사례를 통하여 리셉션의 적용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래야 훨씬 재밌고, 이해하기도 쉽겠지요?
사례 1. 소개팅 직후의 청춘 남녀
마악 소개팅을 한 여성이 상대방과 어떻게 될지 물어본 호라리 차트입니다.

쿼런트는 1 로드인 금성, 상대방은 7 로드인 화성입니다. 두 행성, 그것도 금성과 화성이 금성의 사인에서 합하는 걸 통해 청춘남녀의 만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행성이 있는 황소자리는 금성의 땅이며 금성은 도머사일, 화성은 데트리먼트 상태입니다. 리셉션의 기본적인 원리에 맞춰서 보자면, 황소자리의 로드인 금성은 자신의 땅에 들어온 화성을 받아들입니다(receive).
여기서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어느 쪽이 상황을 이끌어 가며, 어느 쪽이 더 호의적일까요?
-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는 쪽: 화성입니다. 보통은 금성보다 화성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리셉션 이전에 행성의 본성을 살핌. 언제 어디서나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개념의 기본인 행성입니다.)
- 상황의 초점이 맞춰지는 쪽: 금성입니다. 금성은 자신의 땅에서 도머사일 상태고(내 영역에서 안정되어 있음), 화성은 금성의 땅으로 들어가 데트리먼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금성의 영역으로 가서 화성 특유의 마이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타자에게 기준을 맞추는 금성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
- 호의적인 쪽: 얼마 안 돼서 교제했으니까 둘 다 서로한테 호의적이겠지요 ^-^; 어느 한 쪽만 호의적인데 연애가 시작될 수 있겠습니까. 상황만 보면 화성이 훨씬 호의적인 것 같지만, 단순히 행동력만으로 마음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금성은 자기 자리에서 여유롭게 화성의 대시를 겪고 있지만, 금성은 화성과 컨정션 할 뿐만 아니라 화성을 받아들이고 있으므로(receive) 화성의 대시에 호의적입니다.
자, 그렇다면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어느 하나를 딱 골라내는 게 애매하지 않나요? 굳이 따져 보자면, 교제의 진행을 주도하는 건 화성(상대방)이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금성(쿼런트)일 것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주도권이라는 개념 및 주도권을 쥐는 쪽을 골라내는 과정은 각각의 상황마다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논리나 공식처럼 정답을 내는 게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리셉션 하나로 골라내는 건 어불성설이죠. 단지 교제만 살펴봐도 이렇고, 실제 사안들은 이보다 다양무쌍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리셉션을 논리나 공식처럼 접근하여 그로 인한 결과를 가타부타 나누는 대신 차트 전체를 살펴봐야 합니다.
사례 2. 관료 조직과 공무원
요즘 선호하는 직업인 공무원 분의 네이탈 차트입니다.

공무원은 관료직이기 때문에 견고한 조직을 의미하는 토성이 핵심이 됩니다. 위 차트에서는 달이 토성궁에서 6하우스(노동)의 토성(관료 조직)을 보아, 전형적인 구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토성은 자신의 땅(염소자리)에 있는 달을 받아들입니다(receive). 네이티브의 달(삶)은 기꺼이 토성(관료 조직)에 소속됩니다. 그 소속의 방식은, 토성궁의 달이 6하우스의 전갈-토성을 보므로 다분히 구속적인 성격을 띨 것입니다.
이럴 때 프롤리 식으로 보면 좋아한다/싫어한다 같은 호불호의 개념이 들어갔을 때, 달(마음)은 토성(관료 조직)을 좋아할까요? 아니요. 저렇게 6하우스의 전갈-토성을 보면, 리셉션이 형성되더라도 어떤 달이든 좋아하지 않습니다-_-;; 고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싫은 걸 기꺼이 감내하는 데트리먼트/폴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셉션 덕분에 토성의 구속이 원활하고(따라서 네이티브가 어딘가에 구속되기 쉽고), 염소-달답게 그러한 구속을 기꺼이 감내할 뿐입니다.
'기꺼이', '받아들인다/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말의 뉘앙스 탓에 오해가 생기기 쉽지만, 마음은 애초에 이분법으로 나뉠 수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고로 단순히 현상만 가지고 호불호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 리셉션은 이벤트를 일으키는 애스펙트에 덧붙여지는 개념이므로, 심리보다는 현상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애스펙트의 발현을 보다 수월하게 만드느냐 아니냐 식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월하다/수월하지 않다'는 말의 뉘앙스로 인해 마치 길흉과 관련되는 듯한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또 다른 예시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례 3. 우리 집 고양이가 살 수 있을까요?
"우리 집 고양이가 살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 호라리 차트입니다.

5하우스(반려동물), 6하우스(애완동물) 로드 모두 무거운 행성인 토성인지라 작고 생명 주기가 짧은 생물인 고양이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고양이가 오늘내일하는 상황이니 8하우스에서 데트리먼트 상태로 컴버스트되고 있는 금성을 고양이로 봅니다. 세퍼레이팅 컴버스트라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벗어나는 중이고 막 목성을 보았으나, 8하우스 로드이자 8하우스에 있는 양-화성을 어플라잉으로 봅니다. 바꿔 말하면 화성은 자신의 땅에 들어온 금성을 받아들입니다(receive).
금성(고양이)은 목성(의료진의 치료)으로 인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8하우스를 담당하는 흉성인 화성(죽음)을 만날 뿐만 아니라 리셉션이 형성돼서 화성에게 완전히 받아들여지므로(received),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성격을 띠는 양-화성으로 인한 죽음의 방식이 더욱 원활해집니다. 즉, 얼마 안 가서 즉사하는 걸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예측을 전달할 때는 표현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 말하지 말고, "고양이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네요"처럼 표현을 완화해서 조언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럴 때 리셉션으로 인한 수월함은 길(좋은 것)일까요, 흉(나쁜 것)일까요? 질질 끌지 않고 즉사했으니 길(좋은 것)로도 볼 수 있겠지만, 보통은 죽음을 흉(나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러니 리셉션뿐만 아니라 차트 리딩에 가치 판단이 들어가면, 혼선이 빚어지기 쉽습니다. 제가 좋다/나쁘다 같은 표현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입니다. 점성가가 좋다(나쁘다)고 보아도, 정작 당사자는 나쁘게(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좋다/나쁘다 식으로 말할 때는 차트 혹은 질문의 주인인 당사자(네이티브 혹은 쿼런트)의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개인성이 강조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길과 흉의 혼합성
길/흉 같은 개념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성은 좋은 이벤트만 일으키고, 흉성은 나쁜 이벤트만 일으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 화성을 잘 발휘하면,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스케일을 키워서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습니다.
- 토성은 무리한 진행이나 지나친 확장성처럼, 긍정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과하여 되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갈 때 브레이크를 걸고 현실을 깨우쳐 줍니다.
- 반면에 금성은 나태와 가식을, 목성은 맹목과 위선을 가져오곤 합니다.
길성은 스스로가 흉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가 없어서 오히려 더 위험한 면이 있어요. 피해를 가져오고도 그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셈이지요. 기본적으로 길성은 길하고 흉성은 흉하지만, 인생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길흉은 보통 혼합되기 쉽습니다.
이것은 행성의 에센셜 디그니티나 섹트와도 큰 상관이 없습니다. 사례들을 보다 보면 안정된 상태의 목성도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오지랖을 부리거나, 상대방의 믿음을 악용해서 사기를 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목성의 영역에 들어가는 조언과 오지랖, 설득과 사기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럼, 여기에 리셉션이 들어간다면? 그러한 목성이 다른 행성을 받아들인다면(receive)? 받아들여지는(received) 그 다른 행성은 더욱 원활하게 목성의 조언, 오지랖, 설득, 사기에 따라가게 됩니다. 리셉션의 효과는 그런 것일 뿐, 길/흉 내지는 좋다/나쁘다 같은 이분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습니다.
리젝션(Rejection)과 그 역설적인 힘
더불어 리셉션의 반대인 리젝션(rejection)이 형성돼서, 관련 애스펙트의 발현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한 효과가 무조건 낮아지는 건 아닙니다. 물론 원활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사안에 더욱 집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도머사일보다 데트리먼트가 절박함 덕분에 더욱 파워풀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물론 도머사일은 특유의 안정성 덕분에 행성의 고유한 성질을 자연스럽게 발휘합니다. (리셉션부터가 도머사일, 데트리먼트 같은 디스포지션 개념을 확장시켜서 응용한 개념이지요) 이렇듯 각각의 성격이 다를 뿐이지, 어느 한 쪽을 우월하게(길, 좋다) 혹은 열등하게(흉, 나쁘다) 보아서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의 예시는 개그맨 박명수 씨의 네이탈 차트입니다.
달이 어플라잉으로 보는 토성은 7하우스의 로드이기도 하므로 연애/결혼 사안과 상당 부분 관련됩니다. 달이 지연, 방해를 의미하는 흉성인 토성을 흉각으로 보고, 그 토성이 역행까지 하므로 연애/결혼이 늦어지거나 관련 사안이 쉬 풀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토성은 자신이 데트리먼트 로드가 되는 사자자리의 달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reject).
실제로 박명수 씨는 아내 한수민 씨의 집안 반대가 심하여 연애/결혼과 관련된 장애를 겪었지만, 그러한 리젝션 때문에 관련 사안에 더욱 집중하고 노력해서(여기에는 달이 자신의 땅에 있는 토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한 몫 합니다) 결국은 한수민 씨와의 결혼에 성공합니다.
어버젼(Aversion)과 비주체성의 가치
이분법적인 해석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어버젼(aversion)과 관련된 논의도 해 보겠습니다. 보통 어버젼은 해당 사안을 주체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서 흉하다고 여기며, JDM 개념으로 그러한 흉함을 완화 혹은 대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비주체성을 반드시 흉한 것으로 판단해야 될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예시는 메이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중간에 퇴직 후 전업 작가 활동을 펼쳐서 몇 권의 저서를 출간한 분의 네이탈 차트입니다. (달+태+목+토 구조 때문에 중간중간 대학에 나가 강의도 하십니다)
상승궁인 쌍둥이자리의 로드인 수성은 JDM에도 해당되지 않는 어버젼 상태입니다. 6하우스 전갈자리에서 포르투나 외에는 어떠한 행성과도 연결되지 않지요. 네이티브가 기자 생활을 그만둔 다음, 어버젼 상태로 6하우스 전갈자리에 고립되어 있는 수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하우스 로드이자 포르투나의 10하우스에서 포르투나를 파틸로 보는 수성이 어버젼 상태이므로, 달+태+목+토 구조와는 달리 대중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고독한 창작 활동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신의 존재조차 지워 버린다고 합니다.)
네이티브의 이러한 선택은 길(좋은 것)일까요, 흉(나쁜 것)일까요? 애매한 문제입니다. 굳이 답을 내자면 네이티브가 만족할 경우에는 길이라 할 수 있고,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길을 고려할 경우에는 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춘 살롱> 카페의 부매니저인 바티 님의 네이탈 차트입니다.
역시나 상승궁인 전갈자리의 로드인 화성은 JDM에도 해당되지 않는 어버젼 상태입니다. 게다가 12하우스에서 데트리먼트 및 엑스트라 컨디션 상태이므로, 좀 과장하면 극악무도한(...) 화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하우스에서 어버젼하는 화성답게 바티 님은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서,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받아들이는(비주체성) 환자들의 신체를 칼로 째고 피 흘리게 합니다. 어쩜, 극악무도하기도 하여라...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환자들을 살립니다. 길흉이 이렇게 오묘합니다.
결론
어버젼 역시 이분법적인 공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늘 그랬다시피 천궁도를 전체적으로 살피면서 그러한 맥락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는 길하고 비주도적으로 일하는 회사원은 흉하다고 할 수 없듯이, 어버젼 구조는 무조건 해소해야 될 게 아니라 당사자(네이티브 혹은 쿼런트) 운명의 일부일 뿐입니다. 2, 6, 8, 12하우스에 1하우스 로드가 담겨도 나름의 쓰임새가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칼럼에서도 말한 것처럼 주체성/비주체성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 당사자의 몫으로 남겨 두고, 점성가는 수성(점성술의 지표성)처럼 투명하게 차트를 읽는 것이 보다 정확한 해석을 향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